🎬 1. 유전 줄거리
2018년 개봉한 영화 《유전(Hereditary)》은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가족의 비극 속에 숨어 있는 오컬트적 비밀을 다룬 심리 공포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그래엄(Graham) 가문의 할머니 엘렌이 사망한 장례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애니(Annie)는 조각가이자 두 자녀의 엄마이며, 엘렌과의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장례식에서도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장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은 이상한 사건들을 겪기 시작합니다.
애니의 딸 찰리(Charlie)는 기이한 습관과 감각을 지닌 아이로, 외부 세계와 잘 섞이지 못하는 성격을 보입니다. 어느 날 아들 피터가 파티에 찰리를 억지로 데려갔다가 알레르기 쇼크로 그녀가 죽게 되는 비극이 발생하고,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죄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찰리의 죽음 이후 애니는 극심한 슬픔과 불안에 시달리며,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겪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동기술법(트랜스 상태에서 글쓰기), 불 꺼진 방에서 목소리를 듣는 등의 이상 징후를 경험하며 정신적으로 흔들립니다. 이런 와중에 그녀는 한 장례식장에서 조안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며, 그녀로부터 죽은 사람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는 영매술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을 둘러싼 상황은 점점 더 불가해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애니는 어머니가 생전에 악마 숭배 집단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찰리의 죽음조차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악마 파이몬(Paimon)을 소환하기 위한 집단적인 의식의 일부였다는 충격적 진실이 밝혀집니다.
영화의 결말부에서는 애니와 남편 스티브, 그리고 피터까지 모두 초자연적인 힘에 휘말리며 파국을 맞게 되고, 피터는 결국 육체적으로 죽고 ‘찰리’의 영혼을 담은 새로운 파이몬의 그릇이 되며, 숭배자들에 의해 왕으로 추앙받습니다.
《유전》은 가정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유전적 저주’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작품입니다.
🌌 2. 유전 배경
《유전》의 배경은 미국의 어느 외곽 주택가이지만, 단순한 공간의 기능을 넘어 심리적, 상징적 배경으로서 탁월하게 활용됩니다. 영화는 대부분이 주인공 애니의 집 안에서 벌어지며, 이 공간은 가족의 비극, 불안, 그리고 초자연적 공포가 축적되는 핵심 무대가 됩니다.
주택 내부는 애니가 작업하는 미니어처 공방이 중심 공간으로 등장하며, 이곳은 단순한 예술 작업실이 아니라, 애니의 내면 심리와 영화 전체의 구조적 상징성을 반영하는 장치입니다.
그녀가 자신과 가족의 삶을 미니어처로 재현하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가 조작된 운명의 연극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특히 집 내부는 불편할 정도로 정적이며, 넓은 공간이 오히려 고립감을 유발합니다.
조명은 대체로 어둡고 차갑고, 원색보다 낮은 채도의 색감이 중심을 이루며, 긴 그림자와 적막한 연출이 전반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이런 연출은 관객이 직접적으로 공포를 느끼기보다, 서서히 스며드는 불쾌함과 긴장감 속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 영화는 유전적 트라우마라는 배경을 내면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애니의 가족사는 조현병, 분열정신, 자살 등으로 얼룩져 있으며, 이들 가족이 겪는 공포는 단순히 귀신이나 악마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 유산과 세대 간의 저주라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영화 제목 ‘Hereditary’의 의미와도 일치하며, 피로 이어지는 불가항력적인 공포를 상징합니다.
나아가 외부와 단절된 시골 마을의 폐쇄성은 악마 숭배 집단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도심과의 거리감, 이웃의 수상한 침묵, 정상적인 사회적 연결이 단절된 분위기 등은 현실의 기반 위에 불가해한 공포가 스며들기 좋은 공간을 만듭니다.
결국 《유전》은 물리적 배경보다도 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한 내부 공간이 더욱 중요한 작품으로, 집이라는 공간이 무너질 때 가족, 정체성, 이성, 믿음까지 함께 붕괴되는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 3. 주요 인물 성격
애니 그래엄 (Annie Graham)
애니는 영화의 중심 인물로, 복잡하고 내면의 상처가 많은 인물입니다.
어머니와의 과거가 얽혀 있으며, 그녀의 죽음 이후 감정의 파도에 휩싸입니다. 조각 예술가로서 삶의 단편들을 미니어처로 재현하며 감정을 통제하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감정의 균형을 잃고 점점 혼란 속으로 빠져듭니다.
애니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은 심리적 불안정성입니다.
그녀는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분노와 원망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피터에 대한 애정과 분노는 이중적인 감정으로 표출되며, 이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극대화됩니다.
애니는 점차 자신의 기억과 감정, 현실 감각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로 변하며, 공포는 바로 그 정신적 붕괴에서 비롯됩니다.
피터 그래엄 (Peter Graham)
피터는 10대 청소년으로, 처음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동생 찰리의 죽음을 계기로 죄책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피터는 극한의 혼란 속에서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내지 못하며, 감정을 억누르려는 방어기제를 보입니다.
결국 그는 외부에서 주어진 운명에 끌려가며 파이몬의 숙주가 되어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잃게 됩니다.
찰리 그래엄 (Charlie Graham)
찰리는 독특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소녀로, 애니의 어머니와 특별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입니다.
말수가 적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며, 죽은 동물의 머리를 모으거나 이상한 인형을 만드는 등 불안한 심리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사실상 어릴 적부터 악마 파이몬의 영혼을 품고 태어난 존재이며, 그로 인해 죽음 후에도 이야기의 핵심 축이 됩니다.
스티브 그래엄 (Steve Graham)
애니의 남편으로, 이성적이고 감정을 억제하는 성향을 지녔습니다.
가족을 지키고자 노력하지만, 갈등을 중재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애니의 점점 이상해지는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 아내와 아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 4. 국내외 반응
《유전》은 개봉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평과 대중 양측에서 강렬한 반응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미국에서는 ‘현대 공포영화의 신기원’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Rotten Tomatoes에서 90% 이상의 신선도, Metacritic에서 86점 이상의 고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기존 공포영화가 의존하던 점프스케어 방식에서 벗어나, 심리적 공포와 서사 중심의 긴장감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평론가들은 《유전》을 '심리극과 오컬트 호러의 완벽한 결합', '올해 최고의 공포영화'라고 칭했으며, 특히 **토니 콜렛(Toni Collette)**의 연기에 대해서는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오히려 논란이 될 정도로 극찬이 이어졌습니다.
그녀는 애니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감정의 스펙트럼 전체로 표현해내며, 영화 전체의 공포와 몰입감을 책임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영화 평론가 및 영화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대중적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뉘었습니다. 일부 관객은 영화의 느린 전개, 과묵한 연출, 명확한 해석이 어려운 엔딩 등으로 인해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관객은 "최근 10년간 본 가장 무서운 영화", "단순한 공포를 넘어 철학적 문제를 던지는 작품"이라며 극찬했습니다.
흥행 면에서는 제한된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약 8천만 달러 이상,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약 1천만 달러)의 10배 가까운 흥행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독립 공포영화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성과로, ‘A24’ 배급사와 감독 아리 애스터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유전》은 공포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으로 평가되며, 이후 같은 제작진의 《미드소마(Midsommar)》와 함께 ‘예술성과 공포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았습니다.